1.서 론
덕수궁미술관은 1936년 최초의 근대미술관으로서 설 계된 건축물로서 1938년 6월 5일 개관하여 현재 국립현 대미술관 덕수궁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2014년 국립문화 재연구소는 덕수궁미술관에 대한 도면을 전수 조사하였 다. 이 도면들은 기본계획도면에서부터 돌 공사를 위한 1:1 축척의 시공도면을 비롯하여 입찰서류 이외에 창호 등 각종 공사를 위한 상세도면을 포함하고 있다. 또 덕 수궁미술관 현장에서 일본에 있는 나카무라 요시헤이 설 계사무소와 주고받은 엽서 등 광범위한 자료를 보여주고 있다. 한 건물에 대하여 기본설계에서부터 실시도면 그 리고 공사를 하면서 진행되었던 협의 자료까지 그 전모 가 밝혀진 것은 아직까지 전례가 없는 일이다.1)
현재 남아있는「덕수궁미술관설계도」는 총646매로 국립고궁박물관에 429매의 도면이 소장되어 있다. 또 일 본 하마마츠시립중앙도서관(浜松市立中央図書館)에 217 매의 건축도면이 남아있다.2) 또 하마마츠시립중앙도서관 에는 이들 도면 이외에도 시방서, 내역서, 구조계산서, 공정표, 관련회사, 현장 종사 연인원, 건축재료표는 물론 일본과 덕수궁미술관 현장과 오고간 전보와 엽서 서신 등을 포함하여 23종의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3) 국립고궁 박물관 소장 429매의 덕수궁미술관 설계도면은 원래 국 립문화재연구소가 소장하고 있었던 도면이다.4) 이 도면 은 덕수궁미술관 공사를 주관하고 있었던 이왕직 회계과 영선계가 갖고 있다가 해방 이후 구 황실사무청, 구황실 사무총국 등을 거쳐 1961년 문화재관리국(현 문화재청) 으로 이관되었다. 이후 문화재관리국이 관리하던 이왕직 자료들이 1981년 한국정신문화연구원(현 한국학중앙연구 원) 장서각으로 옮겨졌다.5) 그중 문화재와 직접 관련된 자료들은 문화재청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런데 646장 이라는 많은 도면이 발견된 것보다도 기본도면에서 철근 콘크리트 공사, 철골공사, 내장공사, 석공사, 철물공사, 전 기공사, 설비공사, 가구공사에 이르기까지 전체 공정에 따른 도면이 그대로 남아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 다. 따라서 이들 도면을 통해 당시 건축을 위한 전반적 인 상황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또한 덕 수궁미술관의 도면구성 방식이 현재 설계사무소의 도면 구성 체계와 달라 이에 대한 비교도 가능하다.
이처럼 다양한 의미가 있는 덕수궁미술관 도면에 대 해서는 앞으로 보다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본 논문 에서는 이에 대한 1차적인 접근으로 국립고궁박물관 소 장 44매의 기본도면과 하마마츠 시립중앙도서관 소장 73 매의 기본도면의 분석을 통해 덕수궁미술관의 고전주의 적 특성을 찾아보고자한다.
이를 위해 고전주의 건축이 열주를 비롯하여 이런저 런 형상이나 세부 장식을 아무렇게나 모아 놓은 것이 아 니라 일관된 체계를 지닌 구성적 측면에 집중해서 분석 을 시도하고자 한다. 그것은 건축물의 해석을 통해 건물 의 미학적 측면이나 사용자의 이해를 돕기보다는 도면 분석을 통해 건물을 만들어가는 건축가, 즉 제작자의 입 장에서 살펴보기 위한 것이다.6) 우선 덕수궁미술관 설계 자인 나카무라 요시헤이(中村與資平)에 대하여 살펴보고 자 한다. 덕수궁미술관은 절정기에 이루어진 그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그의 이력을 살펴보 는 것은 덕수궁미술관의 특징을 살펴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덕수궁의 열주구성을 통해서 석조전 과의 관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덕수궁미술관은 이미 1910년에 준공된 석조전의 구조 형식에 의해 지대한 영 향을 받았다.7) 세 번째는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덕수 궁미술관의 평면도, 입면도, 그리고 단면도에 나타난 치 수를 통해 고전주의 특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도면에 나 타난 치수는 덕수궁미술관이 어떠한 원리에 의해 축조되 었는지를 실증적으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면은 건축물의 구조와 재료를 바탕으로 치수의 조율을 담아내 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도면의 치수를 통해서 건축물 의 독특한 형태와 공간을 만들어 낸다. 결국 도면은 치 수로 이루어진 정교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8) 따라 서 현존하는 646매의 도면과 관련 자료들은 덕수궁미술 관을 구현하는 실체라고 할 수 있다.
2.나카무라 요시헤이(中村與資平)의 건축
나카무라 요시헤이(中村與資平)는 1880년 2월 8일 일본의 시즈오카(靜岡)현에서 태어나서 1963년 12월 21 일 작고한 일본의 건축가이다. 그는 제3고등학교를 거쳐 1905년 동경대학 건축과를 졸업하였다. 당시 영국 유학 후 일본에서 서양건축양식을 선구적으로 이끌던 다츠노 깅코(辰野金吾; 1854-1919)와 카사이 만지(葛西萬司; 1863-1942)가 함께 운영하는 타츠노·가사이(辰野葛西) 설계사무소에 들어갔다. 때마침 다츠노 깅코(辰野金吾)가 일본제일은행 경성총지점(日本第一銀行京城總支店)9)의 설계를 맡게 되면서 이 은행의 임시건축부 기사장(技士 長)으로 위촉되어 1908년 한국에 들어오게 되었다.10) 한 국은행은 바로크적인 고전양식을 가장 완벽하게 구현한 작품으로서 은행건축의 전형이 되었다. 한국은행 설계 및 공사에 대한 참여는 그의 전체 인생에 걸쳐 은행을 중심으로 한 건축가로서의 명성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1912년 1월 한국은행이 준공된 이후에도 그는 일본으로 귀국하지 않고 한국은행의 건축고문으로서 역 할을 하였다.11) 이후 나카무라 요시헤이는 1917년, 조선 은행 대련지점(朝鮮銀行大連支店) 설계 수주를 계기로 중국 대련(大連)에도 자신의 사무실을 개설하였다. 조선 은행 대련지점은 정면 입구에 코린트 오더(Corinthian 0rder)의 그랜드 필라스터(Grand Pilaster)를 사용하고 있다. 향후 덕수궁미술관의 입면과 연관성을 갖고 있다.
나카무라 요시헤이와 오스트리아 건축가인 안톤 마 르틴 펠러(Anton Martin Feller; 1892-1973)와의 관계 는 주목할 만하다.12) 펠러와 교분이 시작된 1918년에서 1922년 사이의 몇몇 작품은 나카무라 요시헤이의 이전 작업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전의 고전양식 건축에서 발전하여 근대적인 세제션 양식을 포 함하여 다양한 건축을 설계한다.13) 그러나 한창 절정기 라고 할 수 있는 1920년 12월 황금정에 있던 사무실이 불에 타 사무실 전체가 전소되었다.14)
그가 수많은 작품을 한국에 남겼지만, 이전의 도면 이 모두 소실되어 그의 작품에 대한 도면이 소장되어 있 는 하마마츠시립중앙도서관에는 1920년 이전의 한국작품 에 대한 도면이 남아 있는 것이 없다. 사무실 화재는 그 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그동안 작업했던 거의 모든 자 료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나카 무라 요시헤이는 펠러와 함께 1921년 3월 25일에서 1922년 2월 11일 사이에 근 1년 동안 미국과 유럽의 17 개국 90여개 도시를 여행하고 돌아온다.15) 구미 여행 중 에서도 그는 태평로 2가 15번지에서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었지만16) 이전의 작업을 진행하는 정도로 소극적이었 던 것 같다.
유럽 및 미국 여행을 다녀온 후 나카무라 요시헤이 는 1922년 4월 서울사무소를 이와사키 도쿠마츠(岩岐德 松)17)에게, 대련사무실을 무나타카 슈이치(宗像主一)18) 에게 일임하였다. 이후 1922년 4월 도쿄의 아카사카 타 메이케(赤坂溜池)에 설계와 시공을 하청받기 위해 나카 무라 공무소를 개설하였다.19) 그는 동경으로 돌아가 유 럽과 미국의 순방에 대한 영향으로 시즈오카현의 십팔 (十八)은행, 하마마츠 은행협회, 토요하시 공회당, 시즈오 카 공회당, 하마마츠 공회당 등 이전보다 훨씬 다양한 유형의 건축을 시즈오카현과 하마마츠시에 구현한다.
나카무라 요시헤이는 자신의 경성사무실을 폐쇄(閉 鎖)시켰지만, 1926년에 이왕가 대기별저(李王家大磯別 邸), 1933년 이왕가 나빈별저(李王家那須別邸)를 설계하 는 등 지속적으로 이왕가의 일을 수행하고 있었다. 따라 서 자연스럽게 1936년 이왕가 덕수궁미술관 설계를 맡게 된 것으로 여겨진다. 1938년에서 1942년에는 숙명여자전 문학교의 일도 하게 된다.
Table 1은 그의 한국 관련 작품을 나열한 것이다. 주로 은행건축에 몰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20) 그는 조선은행으로부터 시작하여 많은 은행건물에 서양의 고 전양식을 적용해왔다. 또 안톤 마르틴 펠러와의 작업과 1년에 걸친 유럽과 미국의 여행을 통해 서양고전양식의 근대화 과정에 대한 감각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이러 한 건축이력은 덕수궁미술관의 설계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나카무라 요시헤이 자신 스스로가 도리아 오더나 이오니아 오더, 코린트 오더 등 서양의 고전적 요소인 기둥을 은행건물의 주 입면 요소로 활용하고 있 었다. 또 유럽과 미국 등에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미술관 에 고전의장요소들이 사용되는 것을 보면서 덕수궁미술 관에 코린트 오더의 사용은 자연스러웠다고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지나치게 과도한 장식적 효과를 보여 왔던 고전양식에서 불필요한 요소를 줄여가면서 절제된 신고 전주의 양식을 보여주는 것도 펠러와의 교류 및 후반기 구미여행을 통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이력으로 말미암아 나카무라 요시헤이는 우리나라에 세워진 고전 주의적 작품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21)
3.석조전과 덕수궁미술관의 3M 모듈 열주
우리나라 건축 중 고전주의 건축을 대표하는 건물로 여겨져 왔던 석조전은 이오니아(Ionic) 오더를 이용하여 전면에 열주를 세우고 양쪽 측면에 4개씩의 이오니아 오 더를 배열하고 있다. 따라서 건물 전체를 열주로 구성하 는 외주열주식(外周列柱式, Peripteral)도 아니고 전면열 주식(前面列柱式, Prostyle)도 아니다. 또 전후면열주식 (前後面列柱式, Amphiprostyle)은 더욱 아니다. 사실 석 조전의 열주들은 내부의 공간구성과도 일치하지 않는다. 일단 내부의 평면이 만들어진 다음 평면과 관련 없이 2790mm의 일정한 간격22)으로 이오니아 오더를 배열시 켰다. 석조전을 설계한 하딩(John. R. Harding)은 건축 가라기보다는 등대를 부설하는 엔지니어이기 때문에 평 면구성과 입면을 일치시키지 못한 것인지 혹은 내부 평 면을 먼저 설계하였다가 어떠한 사정에 따라 갑자기 일 정한 간격으로 열주들을 배열한 것인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석조전에 이오니아 오더가 왜 채택되었는지도 명확 하지 않다. 황제의 집무실과 침실로 사용될 건물에 여성 을 상징하는 이오니아 오더를 선택했다는 점도 이해하기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석조전이 열주들과 창문장식, 삼 각형 페디먼트, 호리병 모양의 동자기둥, 지붕 장식들 등 고전적 요소들을 적용했다고 해서 고전주의 건축을 충실히 따른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에 반하여 덕수궁미술관은 전면 6주식구성의 코 린트 오더를 배치하여 정면을 강조하고 있다. 입면은 ABCBA의 배열을 통해 대칭성을 강조하고 있다. 공간 구성도 가운데 C 부분의 볼륨이 가장 크고, 그 양옆으로 B부분이 넓게 받쳐주고 A부분이 남쪽과 북쪽의 출입구 로서 기능을 부여하고 있다. 적어도 외견상 전면 중앙을 중심으로 완벽한 대칭을 갖추고 있다. 또 창호의 일정한 배열을 통한 리듬감과 각 부분들의 일관성 있는 요소의 적용을 통해 거의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덕수궁미술관은 석조전에 비하여 고전주의 건축을 훨씬 정교하게 구현하고 있다. Fig .1
그럼에도 불구하고 덕수궁미술관의 설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주변 요소는 석조전이다. 석조전과 덕수궁 을 기능적인 요인과 함께 시각적으로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 해 ┐ 자로 꺾이는 부분의 중앙에 기관실을 두고 두 건물 을 브리지로 연결시키고 있다. 배치도에서 모든 치수가 이 기관실 브리지에 집중되어 있는 것을 통해서도 두 건 물의 연결에 매우 세밀하게 고려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덕수궁미술관과 석조전의 관계는 중화전이나 즉조당, 석 어당 그리고 함녕전 등 목조건축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중요한 요소이다.
Fig. 1의 초기 배치도를 통해 덕수궁미술관은 기존 의 정원계획을 허물지 않기 위해 노력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석조전과는 직각으로 하여 남북으로 길게 덕수궁 미술관의 블록을 정했다. 그런데 나카무라 요시헤이 입 장에서 석조전의 건축적 질에 대해서는 상당히 회의적으 로 생각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것은 전면 6주식 원기 둥의 이오니아 오더와 양옆으로 있는 6칸의 사각기둥의 이오니아 오더가 조화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외곽 을 둘러싸고 있는 열주들의 기둥간격과 그 안의 평면구 성의 벽체 간격이 일치하지 않아서 내부 평면구성과 건 물 외곽을 둘러싸고 있는 열주들의 간격들이 조절되어 있지 않고 있다. 내부 평면구성과 외부의 열주들이 분리 되어 계획이 이루어진 듯하다. 나카무라 요시헤이가 1921년에 준공한 중앙고등학교 서관이나 1923년 준공한 중앙고등학교 동관에서 보는 바와 같이 주된 재료인 벽 돌과 돌의 패턴을 치수 조절을 통해 정확하게 맞춘 그의 건축적 자세로 볼 때, 석조전의 기둥배열이나 내부 평면 구성은 이해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석조전 내부는 1933년 5월부터 개수하여 10월부터 미술관으로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23) 덕수궁미술관 설 계에서 가장 심각하게 고려하여야할 건물이었다.
결국 나카무라 요시헤이는 주두(柱頭)를 이오니아에 서 코린트 오더로 바꾸는 대신 기준층이 되는 2층의 레 벨을 석조전에 맞추고, 측면 3칸을 갖는 4개의 기둥과 전면 6주식 기둥을 갖는 진입방식의 적용을 통해 덕수궁 미술관과 석조전의 연결을 시도하였다. 그는 우선 3칸으 로 이루어진 4개의 이오니아 기둥(Ionic Order)의 석조 전 서쪽 기둥간격 2743mm를 양쪽으로 2000mm씩 확장 하였다. 또 덕수궁미술관의 기둥간격을 3000mm으로 하 여 덕수궁미술관의 기본 모듈로 설정하게 된다. 이는 석 조전 전면의 기둥 간격들이 2790mm로24) 대략 3000mm 즉 3M 모듈을 정해 전체적으로 기본 모듈을 설정한 것 으로 여겨진다. Fig .2
덕수궁 미술관의 기본 모듈이 되는 3000mm, 즉 3M는 석조전과의 연결을 위해 석조전 기둥 간격을 조정 한 결과이다. 그리고 이 치수는 덕수궁 미술관의 전체 계획에 대한 강력한 기본 모듈로 작용하게 된다. 물론 덕수궁미술관이 고전주의의 기본 원리인 ‘지각에 의한 형태 보정’과 전체적인 균제(Symmetry)를 이루기 위한 ‘음조의 변화’를 수용하고 있는 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정리하면 석조전으로 연결되는 브리지는 기존 이오 니아 오더의 간격에 따라 2743mm의 폭을 갖지만 덕수 궁미술관으로 진입을 위한 브리지 폭은 새롭게 3000mm, 즉 3M로 맞추고 있다. 또 석조전 서측 3칸 입 면구성 원리는 덕수궁미술관과 석조전 사이의 중심이 되 는 기관실에도 적용되어 3칸×3칸으로 구성된다. 브리지 의 기둥간격도 4500mm의 간격으로 3칸의 구성을 갖는 다. 3이란 숫자는 열주들의 간격뿐만 아니라 덕수궁미술 관의 평면과 입면 그리고 단면을 통한 내부 공간 구성에 이르기까지 서로 깊숙이 연관된다.
4.덕수궁미술관의 고전주의 특성
4-1.덕수궁미술관의 3분할 평면구성
석조전의 양 측면이 4개의 기둥 즉, ‘3개로 분할된 칸’을 갖는 방식은 열주(列柱)가 이오니아 오더(Ionic Order)에서 코린트 오더(Corinthian Order)로 바뀌지만 덕수궁미술관의 남측 면과 북측면의 입면 구성 방식으로 이용된다. 덕수궁미술관에서 북측 면이 의미 있는 것은 브리지를 통해 석조전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부출입구 의 중요한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3개로 분할되는 구성방식은 덕수궁미술관의 평면을 구성하는 방식과 연결된다. 우선 덕수궁미술관은 3개 층의 평면을 갖고 있다. 가장 중요한 2층의 전시공 간을 중심으로 1층에는 사무실과 격납고 등 전시를 지원 하는 시설이 있다. 3층에는 2층 전시를 연장하는 공간 으로 천창과 측창을 이용하여 전시 효과를 높이고 있다.
공간구성방식을 나타내는 평면 형태를 보면 3분할 구성을 보다 명료하게 인식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2층 공간을 살펴보면 17M×17M 정방형 공간의 중앙 홀을 중심에 두고 양쪽에 25.5M×14M의 진열실을 배치하고 있다. 진열실 옆 양쪽에는 6M×11M의 부출입공간이 구 성되어 있다. 즉, ABCBA의 평면구성으로 정확하게 중 앙 C를 중심으로 중앙 홀과 진열실 그리고 휴게실 등 부속시설의 3분할 평면구성의 대칭적 구성을 갖고 있다. 이러한 구성 방식은 양쪽 측면 출입구 구성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중앙의 3M 스팬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3M 스 팬을 갖고 있고, 또 그 양옆으로 1M 스팬을 통해 전체 공간 구성 체계를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3분할 방식은 진열실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중앙의 4.80 M 스팬 양옆 에 4.80 M 스팬을 갖고 있고 그 옆으로는 5.25 M와 5.85 M 스팬을 통해 3분할 구성을 갖추고 있다. 5.25 M와 5.85 M의 차이는 단순한 치수로서의 차이가 아니 라 주변 공간의 크기에 나타나는 ‘시각적 왜곡’ 현상을 상대적으로 보정하기 위한 것이다. 절대적 치수에만 의 존하기 보다는 지각적 측면을 고려한 형태 보정인 것이 다. 덕수궁미술관에서 치수의 정교함은 관념상의 문제 가 아니라 그 치수들로 이루어진 구성체계가 어떻게 지 각되며, 실제로 어떻게 구축되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와 연관된다. 이는 평면 구성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모든 공간의 기능이 같은 것은 아니어서 3분할의 대칭성이라 는 큰 윤곽 안에서 휴게실, 계단, 변소 등의 각기 다른 기능을 수용하기 위한 평면을 갖고 있다. Fig .3
덕수궁미술관의 3분할구성은 중앙 홀을 통해서 보다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 중앙 홀은 전면 6주식의 진입 부와 현관, 이와함께 귀빈실, 계단실 및 진열실로 들어가 기 위한 전실 공간 그리고 광간(廣間)이라고 하는 중심 공간 이렇게 3개의 공간으로 구성되어있다. 덕수궁미술 관 정중앙에 위치한 중앙 홀은 17M×17M의 정방형으로 덕수궁미술관의 중심을 강하게 표현하고 있다. 중앙 홀 의 중심에는 1층에서 3층까지 뚫려서 9M×9M 크기로 정육면체의 비어있는 중심공간이 덕수궁미술관 전체를 통합시키고 있다. 일종의 ‘중심 속의 중심’으로 중심영역 을 3차원적으로 확장시키며 강조하고 있다. 9M×9M의 중심공간은 덕수궁미술관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9M× 9M의 중심공간은 3M의 기둥간격 3칸이 합쳐진 것이다. 즉 (3×3M)×(3×3M) =9M×9M으로 3분할 구성 을 가장 핵심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정리하면 덕수궁미 술관 측면의 3분할 구성이 평면 구성으로 확장되었고 다 시 중심공간을 비워내며 3분할 구성방식을 더욱 더 극적 으로 이끌어내고 있다. 이처럼 3분할구성은 동일한 방식 으로 더욱더 깊숙이 진행된다.
덕수궁미술관의 평면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삼분할 구성(The schema of tripartition)’은 양쪽 가장자리와 이들로 감싸인 중앙으로 구분된다. 이는 아리스토텔레스 의 ‘완전한 것’에 대한 개념에서 가져온 것이다. 아리스 토텔레스는 ‘완전한 것’은 셋으로 나뉘며 “처음과 중간과 마지막을 갖는다.”고 하였다.(『시학』7장 26번째 단락) ‘삼분할 구성’으로 분할된 부분들은 다시 동일한 방식으 로 더 분할된다. 이러한 조작들이 되풀이되면서 삼분할 구성은 분할의 각 단계에서 부분들 사이에 부분과 전체 사이에 일관성 있는 ‘내포된(nested) 관계’25)를 만들어 낸다. Fig . 4,5
이러한 ‘구성의 틀’은 전체에서 부분에 이르기까지 위계적 질서를 통해 적용해 나간다. 이를 통해 각각 분 할된 것들 사이에 존재하는 위계를 통해 상호관계가 모 순이 존재하지 않도록 한다. 따라서 고전주의 건축은 작 은 조각 하나만이라도 남아 있다면, 언제든지 전체를 재 구축할 수 있다.26) 이는 비트루비우스(Vitruvius)가 쓴 『건축십서』의 핵심적인 내용으로 “건축물의 각 부분들 을 균형 있게 조정하며, 전체적으로 균제를 이루도록 비 례를 조절하는 것”27)으로 건축을 이야기하고 있다.
실제로 덕수궁미술관에서도 중앙의 중심 홀을 이루 고 있는 3M 스팬은 북측과 남측의 출입구 구성과 다시 연계된다. 3M 스팬의 3분할된 측면구성 방식에서 공간 깊이가 양쪽에서 3M의 1/2인 1.5 M 씩 줄어들어 두 번 째 켜를 만들고 또다시 1.5M씩 줄어들어 3번째 켜를 형 성하고 있다. 또한 3M 스팬을 나누거나 곱하는 방식으 로 덕수궁미술관이 전체적인 치수에 대한 체계를 구축하 고 있다. 즉 정면입구나 측면입구에서 보이는 코린트식 오더의 3M 스팬 기둥간격은 덕수궁미술관 전체 공간의 크기나 공간 간의 질서를 유치하는 기준 치수가 되고 있 는 것이다. 결국 덕수궁미술관은 도면 속에서 치수가 만들어 놓은 정교한 시스템에 의해서 평면이 구성되어 그 체계 속에서 사람들이 전시를 관람하고 활동하는 공 간이 구현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4-2.덕수궁미술관의 3분할 입면구성
덕수궁미술관 입면의 가장 중요한 구성요소는 정면 출입구와 측면 출입구를 형성하고 있는 코린트 오더 (Corinthian Order)이다. 이 코린트 오더는 주초(Base) 와 주신(Shaft) 그리고 주두(Capital) 3부분으로 이루어 진다. 주초의 높이는 40cm이고, 주신은 3장씩 쌓은 높이 130cm의 화강석을 5켜로 쌓은 650cm, 주두는 45cm 높 이의 2켜를 쌓아 90cm의 높이를 갖는다. 이로서 전체 높이는 780cm로 3M의 모듈이 적용되고 있다. 지붕부라 고 할 수 있는 엔타블레이쳐(Entablature)는 코니스 (Cornice)와 프리즈(Frieze) 그리고 아키트레이브 (Architrave)로 구성되어 있다. 코니스의 높이는 170cm(70cm+30cm+45cm+25cm)이고 프리즈는 45cm, 아키트레이브는 55cm로서 전체높이 270cm를 구성하여 3M에 의한 모듈을 유지하고 있다. 3M 모듈이 일관성있 게 적용되는 평면이 입면으로 확장됨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Fig .6,7
덕수궁미술관의 경우 코린트 오더의 크기는 주초의 경우 1/2D인 40cm, 주신은 8+1/8D, 주두는 1+1/8D가 적용되었다. 덕수궁미술관은 옥상의 기능을 갖는 파라피 트가 중요하고 코니스가 다소 높아지면서 전체적으로 주 신이 높아졌다. 3분할 입면구성 방식은 지면에서 2층의 중심공간으로 연결하는 1층 부분과 전시공간을 형성하는 2층과 3층, 그리고 천창과 측장을 통해 빛을 전시 공간 으로 끌어 들이는 옥상 공간으로 나누지는 것을 통해서 도 확인 할 수 있다. 또 3분할 구성의 특성을 보다 명확 하게 나타내기 위해서 각 입면 공간을 코니스를 통해 분 리하고 있다. 평면에서 나타난 3분할 방식은 입면에서 전면6주식 기둥과 측면 구성 그리고 외곽선을 형성하는 양측 외곽 필라스터(Pilaster)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 다. Fig .8
입면에서 3분할 구성의 적용은 정면 입구의 벽면 세부 처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코린트 오더의 간격이 되는 3M를 사이에 두고 가운데 화강석 돌나누기 의 3장으로 이루어진 130cm 높이의 켜를 두 켜로 하여 260cm를 높이로 하였다. 또 110cm×260cm 창호를 가운 데 두고 양쪽으로 15cm씩의 몰딩을 둘러서 외부 벽면 나누기를 구현하고 있다. 2층 창호는 1층 창호에서 4장 의 돌 위에 위치한다. 크기는 110cm×175cm로 창호를 중심으로 4면 모두 15cm의 화강석 몰딩으로 처리되고 있다. 15cm 몰딩은 창문이나 문 혹은 바닥의 테라죠 등 테두리를 두르는 몰딩의 기본 치수가 되고 있다. 바닥과 벽면 천정 등 모든 테두리 선의 두께는 15cm에 맞추어 져있다. 여기에서 격자 철제 그릴로 덮여져 있는 창문 의 크기 110cm는 코린트 오더의 주초의 크기와 일치한 다. 코린트 오더의 지름이 80cm이고 여기에서 양쪽으 로 15cm를 확장하여 30cm를 확장하면 110cm가 된다. 코린트식 오더의 지름, 높이, 엔타블레이쳐의 높이, 창호 크기와 높이 그리고 정면 출입구 크기와 높이는 전체 벽 면의 돌 패턴 나누기와 직접적인 연관을 갖고 있다. 중 심 요소가 되는 코린트 오더의 지름을 기반으로 각 요소 가 3M의 기본 모듈로 하여 전체적인 형태를 잡아나가고 있다. 즉, 덕수궁미술관의 입면구성을 볼 때 분할된 부분 들이 명확하게 구별되고 각 부분의 형식적 역할이 나누 어지고, 위계적 단계에서의 원칙이 엄격하게 적용되는 고전주의적 특성을 지니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음악에서 여덟 마디 악절로 나누거나 문학에서 장, 절, 구로 나누어 구성하는 방식과 동일하다.
3M 모듈 기반의 3분할구성은 중앙현관을 들어서면 서 보다 명확하게 살펴볼 수 있다. 즉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에 들어서도 전체가 각 부분과 유기적으로 연계됨을 확인할 수 있다. 중앙 홀은 9M 중심 공간 양옆에 4M(3M+1M)의 측면공간으로 나누어져 3분할입면구성을 확인할 수 있다. 중앙 홀의 중심적 역할을 하는 가운데 중심공간은 완전한 대칭을 보여준다. 양옆의 공간은 계 단실과 홀의 기능적 차이에 의해 다소 차이가 있지만 공 간의 크기나 구성은 좌우측이 모두 동일한 대칭적 구성 을 하고 있다. 중앙 홀에 들어서서 입구 쪽을 뒤돌아보 면 중앙 홀의 3분할 입면 구성을 보다 더 명료하게 확인 할 수 있다. 3층은 물론 2층 공간 역시 양쪽에 계단을 두어 대칭에 의한 3분할입면구성을 확인할 수 있다. Fig .9
중앙 홀에서 주목을 끄는 것은 철제 난간이다. 철 제난간 높이는 0.9M로서 3M 모듈을 충실히 따르고 있 다. 덕수궁미술관의 가장 중요한 중심 공간은 3M 모듈 이 확장된 9M×9M의 공간 안에서 3층 난간 높이 역시 0.9M 로서 완벽한 규율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완벽한 규율성은 중앙 홀과 계단실 사이의 벽체에 대한 처리에 서도 나타난다. 이 벽체는 55cm×55cm의 기둥에 15.1 cm의 로이로타일(ロイロタイル)로 마감된다. 가운데를 중심으로 3장이 2mm의 몰탈 간격을 두고 붙이고 그 양 옆으로 7.5cm 크기의 타일이 붙여진다. 그 사이 몰탈은 1.5 mm로 타일크기에 따라 타일 몰탈 크기도 조절하는 등 완벽한 규율을 보여주고 있다. 3분할구성을 위해 중 심을 기준으로 양쪽을 배열하고 그 양쪽으로 다시 축소 된 부분을 붙여나가는 형식이다. 덕수궁미술관의 ABCBA의 평면구성 원리와 정확하게 일치된다. 따라서 3M모듈을 근간으로 하여 기둥뿐만 아니라 건물을 구성 하는 각 요소인 벽체, 문, 창호, 철제 격자 난간, 바닥 등 이 정확하게 조율됨을 확인할 수 있다.
비트루비우스가 모듈이란 “가장 작은 세부에까지 이르는 개별적인 부재들과 전체 사이의 상응”이라고 한 것처럼 건물을 구성하는 각 재료와 이 재료들이 만들어 놓은 건축을 구성하는 요소들 간의 관계를 결정짓는 기 준이라고 할 수 있다.
4-3.덕수궁미술관의 3분할 단면구성
덕수궁미술관 단면도를 보면 어떠한 구조적 원리에 의해 덕수궁미술관이 구축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덕수궁미술관의 3분할 구성의 구조적 특성을 가장 잘 보 여주고 있는 것은 횡단면이다. 중앙 홀을 중심으로 양쪽 으로 진열실을 두고 그 양옆으로는 부출입구를 두고 있 다. 즉, ABCBA의 입면구성을 단면을 통해서도 잘 보여 주고 있다. 중앙 홀은 구조적으로도 중심성을 강하게 표 현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2층의 경우 양쪽 보의 깊이가 층고 480cm에서 출입구의 높이 250cm와 문틀의 높이를 제외하면 대략 200cm∼230cm이다. 즉 보의 깊이를 통 해서도 명료하게 3분할의 구조적 특성을 잘 보여주며, 중앙 홀의 중심을 강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 때문에 덕 수궁미술관은 지금까지 구조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 3층 의 경우는 천창을 설치하기 위해 2중 슬래브를 설치하여 보의 깊이 즉, 보의 두께를 두껍게 하였다. 동시에 2중 슬래브를 이용하여 구조적으로도 중심성을 확보하고 있 다. 중앙 홀 양쪽의 진열실 경우에 있어서도 중앙 홀의 보의 깊이를 그대로 받아서 활용하고 있다. 진열실 3층 진열실은 중앙에 슬래브를 두는 대신 보를 이용하여 빛 을 유입시키고 있다. Fig .10
덕수궁미술관의 부출입구로 사용되고 있는 남측 면 과 북측 면은 중앙 홀과 진열실의 구조적 특성과는 달리 3층이 단일 슬래브로만 되어 있다. 이 부분이 위로부터 의 하중이 그리 크지 않고 구조적 역할이 전체 건물에 대한 윤곽을 잡아주는 역할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에 따라 전체적인 구조적 틀을 형성하는 양끝의 두터운 보를 코린트 오더가 받치고 있다. 건물 외곽의 코린트 오더와 그 위에서 강하게 눌러주는 보에 의해 구조적 안 정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Fig 11은 덕수궁미술관 중앙 홀의 단면도이다. 가운 데 9M×9M 공간을 중심으로 옥상층에 고창을 두어 빛 을 끌어 들이고 양쪽으로 같은 크기의 공간을 확보하였 다. 이 단면도를 통해 3개로 분할된 공간과 그에 대한 구조적 체계를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전면과 후면의 기 능이 달라져 구조적 특성도 각 기능을 어떻게 수용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5.도면은 치수로 이루어진 정교한 시스템
덕수궁미술관의 고전주의적 특성은 결국 도면에 나 타난 ‘치수(dimension)’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양측 면에 서 부출입구(S)를 구성하고 있는 3M 모듈의 3칸, 9M 스팬은 중앙 홀(C) 중심 공간(O)의 9M×9M으로 격자구 성으로 전환되고 있다. 또 양측면의 벽면(S)과 필라스터 (Pilaster)의 관계 3M+1M=4M는 중앙 홀(C)의 양쪽 측 면 2×(3M+1M)=8M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치환된다. 이 러한 전환은 여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장자리 양 쪽 측면을 구성하는 볼륨의 크기 6M+11M =17M로 중 앙 홀(C) 한면의 크기 17M와 일치한다. 부출입구로 사 용되는 공간의 벽면 길이의 합 17M+17M=34M를 2개 합치게 되면 중앙 홀(C)의 4개의 벽면 길이와 일치하게 된다. 또한 중앙 홀 양쪽에 있는 진열실(B)의 길이 25.5M+25.5M=51M는 중앙 홀(C)의 벽면 길이와 측면 부출입구(A) 벽면 길이의 합 17M+ 17M+6M+11M=51M 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Fig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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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수학적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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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3M+3M=6M :부 출입구 측면 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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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M+3M+3M+3M+1M=11M :부출입구 전면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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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17M :중앙 홀 한변 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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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B=(C+C+A+S)=3C=51M : 진열실 길이
이를 통해 덕수궁미술관의 전체적인 윤곽이 각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전체와 연결되어 ‘치수’라는 조절장치 를 통해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되어짐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이미 비트루비우스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 다.
“질서(Order)는 건축물을 구성하는 각 부재(혹은 요소 members)들에게 적당한 치수를 부여하여 건축물 전체에 대 한 비례(Proportions)에 맞도록 균제(Symmetry)를 이루어 내는 것이다. 이는 그리스어로 “포소테스” 즉, 치수로 만들어 진다. 치수에 의해 건축물 자체의 부재로부터 모듈(module) 이 선택되어짐을 말한다. 각 부재의 개별적 부분들로부터 시 작해서 이에 맞추어 건축물 전체를 구축하는 것이다.”28)
6.결론
덕수궁미술관의 평면도와 입면도 그리고 단면도를 통해 살펴본 바와 같이 3이란 숫자는 덕수궁미술관을 구 성하는 기본적인 단위이자 원리가 된다. 우선은 평면도 에서 나타나는 각 공간구성과 입면도에서 나타나는 형태 구성, 그리고 단면도에서 나타나는 구조체의 특성이 고 전주의 건축의 기본원칙이라고 할 수 있는 3분할 구성 방식을 따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3M은 덕수궁미술관의 가장 중심이 되는 정 면입구 코린트 오더의 기둥간격으로 덕수궁미술관을 구 성하는 공간과 형태를 구성하는 각 요소, 이들과의 관계 를 조절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즉 각 공간의 크기, 코린 트 오더를 구현하기 위한 돌나누기, 바닥이나 벽면의 테라죠 패턴나누기, 창호나 외벽의 벽 나누기, 난간의 패 턴 등을 결정할 때 3M은 덕수궁미술관을 구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물론 3분할구성이나 3M의 구현 이 덕수궁미술관의 모든 곳에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고전주의 건축에서 보이는 대칭성이 덕수궁미술관 의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이루어진 것도 아니다. 그것은 덕수궁미술관이 이상적인 그림으로서가 아니라 덕수궁이 라는 대지 안에서 미술관의 기능을 수행하는 현실적인 요구를 수용하여야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남측의 출 입구는 격납고로 사용되기 때문에 습기를 방지하기 위해 북측의 지면보다 들어 올리게 되었다. 중앙 홀에서도 공 간적 분할은 3분할로 이루어졌지만 지하로 내려가는 계 단은 양면을 대칭으로 사용하기 보다는 한 면에만 설치 하였다. 외부 벽면의 돌나누기도 무조건 3M의 기준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3M을 유지하면서 그 안에서 균형 있고 균제가 될 수 있도록 돌나누기를 구사하였던 것이 다. 이것은 건물이 전체적으로 구성하는 원칙을 기반으 로 하여 그 내부에서는 각 요소들 간의 부분과 전체를 조율하는 원칙으로 작동한 것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현 실적 기능과 이유로 인하여 3분할 구성방식과 3M의 기 준은 덕수궁미술관의 세세한 충돌요인들을 조절해가는 강력한 장치로서 작동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는 덕수궁미술관이 일관된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체계를 구축하는 시스템이 도면이라고 생각한다. 본 논문에서는 건물을 어떻게 사 용할 것인가라든가 이 건물이 다른 건물에 어떠한 영향 을 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내용보다는 건물이 실제적 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제작되는지를 이해하려고 했기 때 문이다. 일종의 모형 만들기를 위한 전개도라고 생각할 수 있다. 실질적으로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429매의 도면 들은 덕수궁미술관 시공현장에서 직접 제작에 사용되었 던 도면들이다. 이와 함께 일본 하마마츠시립중앙도서관 (浜松市立中央図書館)의『덕수궁미술관』도면 217매와 23종의 관련 자료들은 덕수궁미술관의 시공방식을 이해 하는 중요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들 도면 들이 원도와 청사진의 차이를 지니고 있지만 청사진에 표현된 표시들은 현장에서의 제작 상태를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시공을 위한 제작도면으로서 또 다른 의미를 지 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