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서 론
1-1.연구 배경 및 목적
문화 유적에 대한 보존과 활용이 중요시됨에 따라 문화 유적을 정비하는 방안에 대한 많은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는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연구 논문1)뿐만 아니라 문화재청과 국립문화재연구소 같은 국가기관 차원에서도 진행되고 있다.2) 하지만 이러한 연구들은 유적정비 기법의 소개와 정비에 대한 개념 정의에 치중 하고 있는 예가 많고 정비 기법을 평가함에 있어서도 단순히 사례나열 정도에 그치는 경향이 있었다. 기간행된 유적정비 평가서들을 살펴보아도 정비완료 이후의 양상에 대한 평가 혹은 유적정비의 程度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기준이 부재하여 정비 상태를 구체적으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듯 기존의 유적정비 평가는 구체적인 평가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특정인의 주관을 기준으로 정성적으로 평가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객관적인 평가 기준이 제시될 필요가 있었다. 본고 에서는 상술한 문제의식에 근거하여 유적정비 평가기준의 수립에 있어 연역적인 접근방법을 통해 정량적 성격의 ‘유적 정비 사후 평가지표’를 제시하도록 하겠다.
1-2.선행 연구 조사
본 연구에서는 정성적인 유적정비 평가체계를 정량화 하기 위해 통계적 의사결정 방법인 델파이기법과 AHP 기법을 활용하였다. 델파이기법은 오픈형 설문조사를 통해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통합할 수 있는 기법이며, AHP 기법은 여러 대안들의 체계적인 평가가 가능한 기법이다.
문화재 관련 연구에서 두 기법을 활용하여 연구한 몇 몇 사례가 있다. 안진성3)은 보존 상태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 과 ‘원칙’을 토대로 보존상태 평가지표를 구성하고자 하였다. 송기준4)은 델파이·AHP기법을 활용하여 총 4단계로 계 층화된 ‘유지관리 대상 문화재 평가 체크리스트’를 도출 시키고 도출시킨 평가 체크리스트를 토대로 문화재의 유지 관리 시급성을 객관적으로 검토하고 점수화하였다. 김홍곤5) 은 가치평가 항목으로 3개의 상위지표와 9개의 하위지표를 선정하고 구간별 가치평가 결과에 따라 평가항목별로 정비 복원의 우선순위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였다. 충청남도 역사문화원과 한국문화재조사연구기관협회6)에서는 발굴 유적의 보존여부 및 보존유형 결정을 위해 AHP기법을 활용하여 ‘매장문화재 평가지표’를 수립하기도 하였는데 실제로 정량화된 기준의 수립에는 조금 모자란 감이 있다.
이러한 선행연구들은 매장문화재, 성곽유적, 전통정원 등 어느 한 유형의 문화재에 대한 평가지표를 제시하고 있다. 그래서 본 연구에서는 모든 유형의 문화재 정비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는 평가지표를 개발하고자 하였다.
1-3.연구의 방법
본 연구에서는 유적정비 평가항목을 계층화하기 위해 유적정비에 관련된 국내․외 문헌자료를 조사하였다. 그 후, 2차례 걸쳐 전문가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1차 설문조사를 통해 계층화된 평가항목에 대해 타당성을 검토 받았으며, 오픈형 설문조사를 통해 새로운 평가항목을 추가할 수 있었다. 그리고 2차 설문조사에서는 타당성이 검증된 기존 평가항목과 계층의 상대적 중요도를 산출하였다. 또한 신규 평가항목에 대한 타당성을 파악하여 타당성 점수가 높은 것은 추가하였으며 추가된 평가항목에 대한 상대적 중요 도를 산출하였다. 이렇듯 2차례 설문조사를 통해 산출된 평가 지표 점수를 토대로 평가지표를 작성하였다.1
2.평가 기법의 이론적 고찰
2-1.델파이기법
델파이기법은 예측하려는 문제에 관하여 전문가들의 견해를 유도하고 종합하여 집단적 판단으로 정리하는 일련의 절차이다. 이 기법은 추정하려는 문제에 관한 정확한 정보가 없을 때는 ‘두 사람의 의견이 한 사람의 의견보다 정확하다’는 계량적 객관의 원리와 ‘다수의 판단이 소수의 판단보다 정확하다’는 민주적 의사결정의 원리에 논리적 근거를 두고 있다. 델파이기법의 세 가지 특성이라고 할 수 있는 의사소통 과정의 구조화는 ① 절차의 반복과 통제된 피드백, ② 응답자의 익명, ③ 통계적 집단반응의 절차를 통하여 이루어진다.7)
델파이기법은 1960년대 중반 이후부터 산업, 정책, 의학, 교육 분야, 행정 등 다양한 범위에서 활용되고 있다. 델파이기법이 이렇게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는 이유는 독특한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협의 방식 과 비교해 볼 때 델파이기법은 다음과 같은 장점을 갖는다. 첫째, 델파이기법은 부적절하거나 편향된 토의에 쏟는 시간과 노력의 낭비를 줄이고, 여러 전문가들의 초점 있는 상호 작용을 증대시킨다. 둘째, 시간과 비용 면에서 상당히 경제적인 방법이다. 셋째, 참여 전문가들 상호간의 의견 교환을 통한 상호작용의 시간이나 빈도에 있어 협의회 방식보다 자유로운 편이다. 넷째,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계적인 방법을 통하여 과학적인 자료로 수집하여 피드백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섯째, 비교적 각 전문가들의 독립적이고 자유로우며 솔직한 의견 형성을 가능하게 한다.8)
델파이 기법은 일반적으로 3~4회의 질문을 통해 이루 어진다. 1회차 설문에서는 추정하거나 해결하려는 연구문제에 해당하는 분야의 전문가 또는 이해집단 구성원을 선정하여 이들로 하여금 개방형 질문에 응답 하도록 하여 일련의 판단을 수집한다. 수집된 비체계적인 개방형 응답들을 편집하여 구조화된 폐쇄형 질문들을 만들어 다시 패널들로 하여금 질문의 각 항목내용의 중요성, 가능성 등에 대하여 동의하는 강도를 평가하 도록 하는 것이 2회차 질문에서 행해진다. 3회차에서는 2회차 설문에 의해 회수한 패널들의 반응에 대하여 집중경향과 변산도를 산출한다. 3회차 설문은 각 패널 들에게 각 질문의 집중경향과 변산도 측정값과 패널 본인의 제2회 반응을 피드백하여 질문에 대한 반응을 재고하고 수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4회차 설문 은 패널들의 의견을 어느 정도 일치시키기 위한 설문 조사로, 3회차 설문조사와 방식과 과정은 동일하다.9)
2-2.AHP기법은 1970년대 초반 Tomas Saaty에 의해 개발된 의사결정 방법으로 복잡한 의사결정을 합리적, 능률적으로 하기위해 의사결정자의 직관적 판단에 근거 하여 최적의 대안을 선택하도록 하는 의사결정 방법론이다. AHP기법은 의사결정의 전 과정을 여러 단계로 나눈 후 이를 단계별로 분석 해결함으로써, 의사결정을 하는 데 필요한 수많은 요소들을 중요도에 따라 고려하여 최적의 대안을 도출하도록 한다.10)
AHP기법은 다차원적 척도 문제를 일차원적 척도 문제로 변형함으로써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되고 있는데, 다음의 6 가지 특징을 내포하고 있다. 첫째, 복잡한 의사결정문제를 계층적으로 표현한다. 둘째, 무형의 것을 측정할 수 있는 척도와 우선순위를 설정하기 위한 방법을 제공한다. 셋째, 평가자들의 판단에 대한 논리적 일관성을 검증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어 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높인다. 넷째, 의사결정문제와 관련된 정보의 변화에 따른 민감도를 분석할 수 있게 해준다. 다섯째, 계속적으로 수정될 수 있는 환경변화에 따른 적용성이 강한 모델로 의사결정자는 의사결정문제의 계층에 있는 요소들을 추가 또는 삭제할 수 있으며, 계층에 있는 요소들 간의 선호에 대한 판단을 바꿀 수도 있다. 여섯째, 다수평가자의 다양한 의견과 판단을 합의나 수치적 통합을 통해 각 대안의 종합된 최종 우선순위를 도출할 수 있게 해준다.11)
AHP 기법을 이용하여 의사결정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경우에는 4단계를 거친다. 1단계는 의사결정문제의 계층화로, 주어진 의사결정 문제를 상호 관련된 의사 결정요소들로 계층화하여 문제를 분리하는 과정이다. 2단계는 평가기준을 쌍대비교하는 과정으로, 요소들의 상대적 중요도를 평가하기 위해 평가 대상 기준들 간에 쌍대비교를 행하고 그 결과를 행렬로 나타내는 과정이다. 이를 위해서는 신뢰할 만한 평가척도가 필요하며 AHP에서는 Saaty가 제안한 9점 척도가 많이 이용되고 있다. 3단계는 가중치를 추정하는 단계로, 한계층 내에서 비교 대상이 되는 n개 요인의 상대적인 중요도를 wi (i = 1, 2, …, n)라 하면, 쌍별 비교행렬에서의 aij 는 wi /wj (i, j= 1, 2, …, n)로 추정할 수 있으며, aij 와 wi 사이에는 다음 식이 성립한다.
위 식은 선형대수론에서의 고유치 문제와 같이 해석될 수 있는데, 즉, 요소 aij로 구성되는 행렬 A를 다음과 같이 나타낼 때,
고유치 방법에 의하여 다음과 같은 식이 성립된다.
A • w = n • w
여기서, w = [w1, w2, w3, ......, wn] : 행렬 A의 우 측 고유 벡터(n: 행렬 A의 고유치)에서 구할 수 있는 것 이다. 그런데 AHP에서는 평가자가 정확한 w를 모르며 쌍대비교의 의하여 정확한 평가를 할 수 없는 것으로 가정 하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다음과 같은 식에서 w를 추정 한다. 쌍대비교행렬 A의 각 요소에 대한 가중치 w를 모 른다고 했을 때, 이 행렬을 A'라 하고 이 행렬의 가중치 추정치 w'는 다음 식을 이용하여 근사적으로 구한다.
여기서 λmax : 행렬 A'의 가장 큰 고유치로서 λmax는 항상 n보다 크거나 같기 때문에 계산된 λmax가 n에 근접하는 값일수록 쌍대비교행렬 A의 수치들이 일관성을 가진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일관성의 정도는 다음과 같이 ‘일관성 지수(consistency index : CI)’와 ‘일관성 비율(consistency ratio : CR)’을 통하여 구할 수 있다.
일관성 지수 (CI) = (λmax - n) / (n - 1)
일관성 비율 (CR) = (CI / RI) × 100%
마지막 단계는 계층구조의 종합화 즉 가중치의 종합화 단계이다. 각기 다른 대안의 종합적 우선순위 및 가중치를 결정하는 단계로 계층구조를 이루는 모든 의사결정 요소 들의 상대적인 중요도 및 상대적인 선호도를 종합하여 대안들의 우선순위를 평가하고 최적의 대안을 결정한다. 이렇게 구한 종합적인 중요도는 궁극적으로 평가대상이 되는 대안들의 점수를 나타내며, 이를 통하여 대안의 우선 순위를 결정하게 된다.12)
3.평가지표 체계 구성
3-1.상위개념 도출
본 연구는 정비된 유적의 사후평가를 위해 수치화된 지표를 수립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적 정비과정에서 고려되어야 할 가장 핵심적인 가치는 무엇 인지에 대한 사전 규정이 필요하다. 사적정비는 사적이 가지고 있는 가치 보존을 우선으로 하고, 이것을 다음 세대로 계승하며 지역의 주민이 그 가치를 향유하는 것에 중심을 두고 있다. 따라서 사적의 규모·형태·성격 등을 포함하여 역사적 또는 학술적 가치를 가진 사적의 규성 요소를 정리하고, 사적의 성격에 맞는 보존과 활용을 하는 것이 사적정비의 가장 큰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13) 그렇기 때문에 ‘보존’과 ‘활용’은 동일한 가치를 가지는 정비 개념으로 유적 정비를 평가함에 있어 상위개념으로 볼 수 있다.
보존에 대한 기본적인 정의는 「베니스 헌장」(1964)에 잘 나타나 있다. 기념건조물의 보존을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유지관리가 항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보존은 기념건조 물의 적절한 범위와 주변 환경의 보존을 의미한다. 전통적 주변 환경이 존재하는 곳은 어디나 반드시 보전되어야 하고, 외형과 색채상의 관계를 변형시킬 수 있는 신축, 철거 및 변경은 허용되지 않아야 한다.14) 이처럼 보존이란 유적과 그 주변의 환경을 보전하는 것을 의미하며, 유적과 관련된 외형적인 측면에서의 보호를 말한다.
이러한 보존은 단순히 유적의 원형유지적인 개념만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유적을 다음 세대에 전달하기 위한 보호 행위로 해석되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해주는 것이 미국의 건축물 보존학자인 제임스 피치(James, M. Fitch)가 정의한 보존방식의 유형이다. 그는 보존방식을 preservation, restoration, consolidation, reconstitution, adaptive reuse, reconstruction, replica와 같이 7개의 유형을 정리하였다.15) 제임스 피치의 관점에서는 원형 유지의 개념인 보전(preservation)을 보존의 하나의 유형 으로 정의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2009년에 제정된 「역사적 건축물과 유적의 수리·복원 및 관리에 관한 일반 원칙」에서도 보존의 개념을 잘 정리하고 있다. 이 원칙 에서 보전을 ‘문화재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하여 행하는 제반조치’라 하고 있다. 즉 보존은 유적을 보호하기 위한 일련의 모든 작업과 과정을 말하는 것이다.
1990년대 들어서 활용의 개념은 보존과 함께 관리적인 측면에서 강조되어 왔다. 또한 관광이라는 측면에서 유적 활용이 중요해짐에 따라 1999년에 멕시코 이코모스 제12차 총회에서는 「국제 문화 관광 헌장」을 채택하기에 이른다. 이 헌장에서는 유산 관리의 주요한 목적이 유산의 중요성과 유산 보존의 필요성을 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지역 사회와 유산의 방문자들에게 알려주는 것에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16) 이렇듯 활용의 개념은 단순히 유적을 이용하여 전시하는 활동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유적의 가치를 홍보함에 따른 국민 정서적 유대감의 증가와 역사적·문화적인 측면에서의 민족의 우수성을 내보이는 행위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또한 관광자원으로 활용함에 따른 경제적인 수입증대와 지역 주민들에게 제공되는 도시 공원으로의 활용성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활용은 기본적으로 유적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이용하여 경제적 혹은 사회적인 측면에서 국민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보존과 활용이라는 개념은 단순히 상충적인 개념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개념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경계를 명확히 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보존은 유적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보호하는 행위라고 정의할 수 있으며, 활용은 유적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이용하여 밖으로 표출하는 행위로 정의할 수 있다.17)
3-2.하위개념 도출
하위개념인 세부항목 요소를 도출시키기 위해서 국내· 외에 발표된 유적정비에 관련된 문헌자료를 활용하였다. 본 연구에서 참고한 문헌자료는 「성곽의 보존과 관리에 관한 일반 지침」, 「역사적 건축물과 유적의 수리·복원 및 관리에 관한 일반원칙」, 「사적 종합정비 계획의 수립 및 시행에 관한 지침」, 『이코모스 헌장 선언문집』, 『발굴조사에 따른 유적보존 지정기준안 마련』, 『사적 정비편람』, 「북경문건」이다. 도출된 세부 항목들은 ‘보존’과 ‘활용’으로 다시 분류되었다.
유적정비 관련 문헌자료를 분석하여 보면, 문헌자료의 내용이 대체로 활용보다는 보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각각의 문헌자료에서 도출된 세부항목 요소의 수를 살펴보면 해당 원칙과 지침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알 수 있다.
「성곽의 보존과 관리에 관한 일반 지침」과 「역사적 건축물과 유적의 수리·복원 및 관리에 관한 일반원칙」의 경우 활용보다 보존영역의 세부항목 수가 많은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관련 원칙이 보존에 좀 더 초점이 맞추 어져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사적 종합정비 계획의 수립 및 시행에 관한 지침」은 유적을 정비함에 있어 보존 과 활용이 균등한 비중을 두고 고려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코모스 헌장을 분석한 결과 도출된 하위개념의 수에 따라 각 헌장의 특성을 알 수 있었는데 초창기 헌장인 「아테네 헌장」과 「베니스 헌장」의 경우에는 활용에 비해 보존과 관련된 하위개념이 많이 도출되었다. 반면에 「국제 문화 관광 헌장」의 경우에는 보존보다는 활용, 즉 관광을 고려한 헌장이라는 것을 도출된 하위개념의 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1
3-3.평가지표 체계 도출
문헌자료를 분석하여 도출된 304개의 하위개념을 44개의 평가항목으로 정리하였다. 그리고 각 평가항목은 그 특성에 맞추어 상위개념인 ‘보존’과 ‘활용’ 안에 재분류를 하였다. 그 결과, 보존차원에는 23개의 평가항목이 활용차원에는 21개의 평가항목이 포함되었다.
그런데 본 연구는 AHP기법을 활용하여 정량적인 유적정비 사후평가 지표를 수립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에 평가항목을 계층화할 필요가 있어 상위개념과 하위개념 사이에 중간개념을 만들고 차원-영역-평가 항목의 3단계로 계층화하였다. 중간 계층인 ‘영역’에는 도출된 하위개념을 모두 포괄할 수 있도록 평가항목을 특성별로 분류한 후에 각 특성에 맞도록 용어를 결정 하였다. 보존차원은 정비, 보호유지, 기록이라는 3가지 영역으로, 활용차원은 유용성, 편의성, 관리체계라는 3가지 영역으로 분류하였다.2
4.조사 결과 분석
4-1.조사 연구 과정
설문조사는 문화재관련 전문가18)를 대상으로 총 2차례 실시하였다. 1차 설문조사에서는 130명의 전문가가 참여 하였으며, 2차 설문조사에서는 92명의 전문가가 참여하 였다. 조사기간은 2013년 6월 27일부터 7월 22일까지 총 25일간 실시되었다. 조사방법은 확보된 문화재관련 전문 가의 명부를 토대로 온라인 웹조사를 활용하는 방법이 채택되었다. 표본은 유의할당 후 무작위로 추출하였다.
1차 설문조사에서는 5점 척도로 구성하여 각 개념들의 적합함을 평가하였으며 평가점수의 평균을 계산하여 평균점수가 3.5점 이상인 항목은 적합하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오픈형 설문항목을 추가하여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2
2차 설문조사에서는 AHP기법을 활용하여 각 개념들의 중요도를 조사하였다. 그러나 세부항목의 경우에는 AHP 기법을 도입하여 중요도를 파악하기에 경우의 수가 많아 지는 단점이 생기므로 5점 척도를 활용하여 상대적 중요 도를 구하였다. 또한 1차 설문조사에서 실시된 오픈형 설문항목을 통해 추가된 세부항목들에 대한 타당성과 중요도를 재설문하였으며 추가된 세부항목의 적합도가 기존의 세부항목의 적합도의 평균을 넘을 경우에는 평가항목으로 추가하였다. 5점 척도를 활용하여 구해진 중요도의 5점 평균과 각 영역별 세부항목의 5점 평균의 평균값을 활용 하여 각 영역별 세부항목의 중요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이렇게 구해진 각 영역별 세후항목을 토대로 전체지표를 기준하여 각 세부항목의 중요도를 구할 수 있다.
4-2.타당성 검토
타당성 검토는 평가지표를 구성하고 있는 차원-영역- 세부항목의 분류기준의 타당성과 각 세부항목의 적합성을 파악하기 위해서 실시되었다. 타당성 검토는 5점 척도 평가 기법을 활용한 2차례의 설문조사를 통해 조사되었다.
유적정비 평가지표를 크게 보존과 활용의 차원으로 구성 하는 것에 대한 설문 결과, 5점 평균 점수가 3.78로 나타 남에 따라 적합하다고 판단되었다.4
유적정비 평가지표를 크게 보존과 활용의 차원으로 구성 하는 것에 대한 설문 결과, 5점 평균 점수가 3.78로 나타 남에 따라 적합하다고 판단되었다.5
활용 차원을 유용성, 편의성, 관리체계의 영역으로 구성하는 것에 관하여 5점 평균이 3.66로 나타남에 따라 적합하다고 판단되었다.6
정비 영역의 세부항목 구성과 관련하여 타당성을 물어본 결과, 14개의 세부항목(1차 : 9개의 항목 유지, 2차 : 5개의 항목 추가)이 타당하다고 전문가들은 판단하였다.7
보호유지 영역의 세부항목 구성과 관련하여 타당성을 물어본 결과, 13개의 세부항목(1차 : 8개의 항목 유지, 2차 : 5개의 항목 추가)이 타당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었다.8
기록 영역의 세부항목 구성과 관련하여 타당성을 검토한 결과, 10개의 세부항목(1차 : 6개의 항목 유지, 2차 : 4개의 항목 추가)이 타당한 것으로 평가되었다.9
기록 영역의 세부항목 구성과 관련하여 타당성을 검토한 결과, 10개의 세부항목(1차 : 6개의 항목 유지, 2차 : 4개의 항목 추가)이 타당한 것으로 평가되었다.10
편의성 영역의 세부항목 구성과 관련하여 타당성을 검토한 결과, 8개의 세부항목(1차 : 7개의 항목 유지, 2차 : 1개의 항목 추가)이 타당한 것으로 평가되었다.11
관리체계 영역의 세부항목 구성과 관련하여 타당성을 검토한 결과, 10개의 세부항목(1차 : 7개의 항목 유지, 2차 : 3개의 항목 추가)이 타당한 것으로 평가되었다.12
4-3.중요도 검토
보존과 활용 차원의 중요도에 대해 AHP분석을 한 결과, 보존의 중요도가 68.1%로 활용의 중요도인 31.9% 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 이를 통해, 전문가들은 유적의 활용보다는 보존에 좀 더 가치를 두고 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4
정비, 보호유지, 기록 영역의 중요도에 대한 AHP분석을 한 결과, 정비 영역이 36.6%, 기록 영역이 33.2%, 보호 유지 영역이 30.2%로 중요도가 분석되어 3개 영역에 대한 중요도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평가되었다.5
유용성, 편의성, 관리체계 영역에 대한 AHP분석을 한 결과, 관리체계 영역이 41.7%, 유용성 영역이 33.4%, 편의성 영역이 24.9%로 분석되어 관리체계 영역의 중요 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정비 영역의 세부항목들에 대한 상대적 중요도를 조사 하였고, 그 결과는 아래의 <Fig.7>과 같다. 14개의 세부 항목 중에서 ‘고고학적/역사적 가치 손상 여부’의 중요도를 가장 높게 평가하였다. 또한 다른 세부항목들과 비교 하였을 때, 정비 영역 내에서 7.7%의 중요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19)6
보호유지 영역의 세부항목들에 대한 상대적 중요도를 조사하였고, 그 결과는 아래의 <Fig.8>과 같다. 13개의 세부항목 중에서 ‘정기적, 항구적 유지보수 계획 수립 여부’와 ‘역사적, 문화적 가치의 보호 및 지속’의 항목이 8.1%로 가장 높은 중요도를 보였다.
기록 영역의 세부항목에 대한 상대적 중요도를 조사 하였고, 그 결과는 아래의 <Fig.9>과 같다. 10개의 세부 항목 중에서 ‘고증자료의 확보 및 보관’이 10.6%로, 가장 높은 중요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유용성 영역의 세부항목들에 대한 상대적 중요도를 조사 하였고, 그 결과는 아래의 <Fig.10>와 같다. 9개의 세부 항목 중에서 ‘학술적 가치’가 12.2%로, 가장 높은 중요도 를 보이고 있다.
편의성 영역의 세부항목들에 대한 상대적 중요도를 조사 하였고, 그 결과는 아래의 <Fig.11>과 같다. 8개의 세부 항목 중에서 ‘안내문 및 안내표지의 시인성’과 ‘안내 및 해설 프로그램의 이해용이성’이 12.8%로, 가장 높은 중요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관리체계 영역의 10개 세부항목들에 대한 상대적 중요도 를 조사하였고, 그 결과는 아래의 <Fig.12>과 같다. 10 개의 세부항목 중에서 ‘정부의 예산 지원 및 인력 보충’ 이 10.7%로, 가장 높은 중요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 되었다.
4-4.유적정비 사후 평가 지표
2차례의 설문조사를 통해 유적정비 사후 평가에 대한 차원, 영역과 세부항목에 대한 타당성과 중요도를 분석하였다.
1차 설문조사에서는 문헌자료에서 도출한 세부항목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하였고, 그 결과 모두 3.5점 이상의 점수를 받았기 때문에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또한 차원-영역-세부항목으로 계층화한 것에 대한 타당 성을 검증받는 작업을 하였다. 그 결과 보존과 활용 차원은 78.5%가 적합하다 판단하였다. 또한 정비와 보호 유지, 기록 영역은 71.5%가 유용성과 편의성, 관리체계 영역은 63.8%가 적합하다 판단하여 타당성이 입증되었다.
2차 설문조사에서는 AHP기법을 활용하여 조사한 결과, 차원과 영역 내에 상대적 중요도를 수치화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상위 계층인 보존은 68.1%, 활용은 31.9%의 중요도를 가지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보존의 중위 계층인 정비는 36.6%, 보호유지는 30.2%, 기록은 33.2%의 중요도 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활용의 중위 계층인 유용성은 33.4%, 편의성은 24.9%, 관리체계는 41.7%의 중요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세부항목에 대한 중요도는 5점 만점의 등간척도를 활용하여 도출해낸 중요도를 기본으로 하여 각 영역별 세부항목 간의 중요도 점수를 비교과정을 통해 산출할 수 있었다. 그 중요도 값이 영역 내 세부항목을 기준 으로 한 중요도이다.
전체 지표 기준 중요도는 각 세부항목들의 중요도를 전체 지표 내에서의 차지하는 중요도로 환산하여 계산한 값이다. 전체지표 기준 중요도를 계산하기 위한 산출식은 다음과 같다.
전체 지표 기준 중요도
델파이·AHP기법을 활용하여 도출해낸 각 항목의 영역 내 기준 중요도와 전체 지표 기준 중요도를 표로 나타낸 것이 <Tab.13>이다.
산출된 전체 지표 기준 중요도 값을 모두 합산하면 100이 도출되며 개별 유적의 정비 상태에서 대해서 각 세부 항목을 ‘예’, ‘아니오’로 평가한 후 ‘예’로 응답한 세부 항목의 전체 지표 기준 중요도 값을 합산하면 해당 유적에 대한 정비 상태 평가 값을 구할 수 있다. <Tab.14>은 1·2차 설문조사를 통해 얻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각 세부항목을 문답형으로 수정하여 만든 유적정비 사후평가 지표이다.1314
5.맺음말
본 연구는 기존의 정비 평가가 주관적인 관점에서 이루 어져 객관적인 정비평가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문제 의식에서 시작되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연역적 절차를 거쳐 도출된 평가항목을 기반으로 각 평가 항목의 계층화· 수치화 작업을 통해 유적정비 사후평가 지표를 도출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는 총 2단계로 구분할 수 있는데, 첫 번째 단계는 국내외 문헌자료를 통해 유적 정비에 대한 평가 항목을 도출한 후 계층화·유형화시킨 것이다. 이 단계에서 44개의 평가 항목을 도출할 수 있었으며, 도출된 평가 항목은 ‘보존’과 ‘활용’이라는 상위 개념으로 분류할 수 있었다.
다음단계는 문헌조사를 통해 도출된 평가 항목을 전문 가를 대상으로 한 2차례 설문조사를 거쳐 유형화된 평가 항목을 타당성과 중요도를 파악한 단계이다. 타당성을 판단하기 위해서 등간척도를 활용하였고, 중요도를 파악 하기 위해서 AHP기법을 활용하여 요소들 간의 중요도를 상대 평가하였다.
평가과정에서는 ‘보존’과 ‘활용’에 대한 상대적 중요도가 68.1:31.9로 확인되었는데 이를 통해 전문가들은 활용 보다는 보존에 좀 더 가치를 두고 있다는 것을 계수적으로 증명하였다. 이는 향후의 유적정비연구에서도 참고할 필요가 있는 성과로 사료된다. 그리고 이러한 설문조사의 결과를 근거로 하여 ‘유적정비 사후평가 지표’를 작성 하였다.
도출된 유적정비 사후평가 지표를 이용하여 30여개 의 궁성 관련 유적의 정비 상태를 파악하여 보았다. 그 결과, 전체 평균값은 59.54점, 표준편차는 24.35로 도출되었으며 누적도표를 통해 크게 4개의 계급군으로 계략적인 구분이 가능하였다. 이에 기준하여 80점 이상인 유적의 경우에는 정비가 잘 이루어졌다고 판단 할 수 있었고, 60점 이상인 유적은 일부 미흡하지만 현상유지 측면에서 양호한 정비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 으로 볼 수 있었다. 60점 미만인 유적은 정비 기법이나 관리 체계 등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며 40점 미만을 마크한 유적은 정비가 시급한 상태이거나 전체적인 정비 방향에 있어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 올바를 것으로 판단 되었다.20)
본 연구를 통해 수립된 유적정비 사후평가 지표는 2가지 측면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모든 유형의 유적 정비에 대한 평가에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유적 정비에 대한 전반적이고 일반적인 정비원칙과 개념을 통해 평가항목들을 도출하였기 때문이다. 둘째로, 유적정비 상태에 대한 이항평가 지표(Yes와 No)를 구성하여 현장 에서 쉽게 적용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는 전문가뿐만 아니라 현장의 업무담당자가 유적정비 상태에 대한 빠른 판단을 가능하게 하며, 유적정비에 있어 차후에 보완 해야할 점을 현장에서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에 본 연구가 가지고 있는 한계점도 있다. AHP 기법을 통해 각 영역과 차원의 상대적 중요도와 세부 항목의 적합도 점수를 기반으로 평가점수를 책정하였 지만 각각의 세부항목이 가지는 의미와 중요도를 세심 하게 반영하였다고 보기에는 미흡한 면도 있다.
필자들이 본고를 통해 정립하고자 했던 것은 유적 정비에 대한 정량적이고 객관적인 평가 기준이다. 연구 에서 제시된 유적 정비 사후 평가지표에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모두 반영되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델파이기법을 통해 90여명의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 정리할 수 있었으며, 이를 다시 수치화하여 하나의 평가 지표를 만들었다는 것에는 얼마간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본 연구는 유적 정비상태를 평가함에 있어 객관적인 지표를 만들기 위한 하나의 시도였으며, 이러한 노력이 유적정비 평가체제의 개선을 위한 연구에 미약하게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